강원도 횡성에는 가볼만한 계곡이 많다.구룡계곡,금대계곡,신대계곡,취석정계곡,병지방계곡,소구니계곡,부곡계곡…． 하나같이 태고적 비경과 청정미를 자랑하고 있다.아직은 관광객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이들 계곡 가운데서도 치악산 부곡계곡은 강직한 선비의 절개가 서린 곳이어서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조선 3대 임금인 태종 이방원과 그의 왕자시절 스승인 운곡 원천석에 얽힌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원천석은 멸망한 고려왕조를 회고하며 ‘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대도 추초로다.오백년 왕업이 묵적에 부쳤으니,석양에 지나는 객이 눈물겨워 하노라’고 노래한 것으로 유명한 여말,선초의 은사(隱士).그는 일찍이 과거에 급제했으나 고려말의 정치문란과 조선건국 과정에서 빚어진 왕권다툼을 개탄하며 향리인 치악산에 들어가 부모를 봉양하며 일생을 보냈다. 태종 이방원은 왕위에 오른 뒤 어린시절 스승이었던 원천석에게 벼슬자리를 주기위해 그가 은거해 있던 이곳 부곡계곡을 직접 찾아왔다고 한다.하지만 원천석은 태종과의 만남을 꺼려 때마침 계곡에서 빨래하던 노파에게 “혹시 나를 찾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모른다고 하라”고 이른 뒤 산 속 깊이 숨어버렸다.이방원은 하는수 없이 산을 쳐다보고 깊숙이 절하고는 서울(개경)로 되돌아간 것으로 전해진다. 원천석은 이방원이 왕위에서 물러나 상왕이 돼 다시 자신을 부르자 상제처럼 흰옷을 입고 입궐,형제간 살육 등 비인도적 처사에 대해 무언의 항거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이후 나라에선 이방원이 머물다 간 언덕에 태종대란 비석과 비각을 지어 원천석의 절개를 후세에 기리도록 했다.이방원이 돌아간 뒤 빨래하던 노파는 왕에게 거짓말한데 죄책감을 느껴 물에 빠져죽었다고 하는데 후세사람들은 태종대에서 300m 가량 떨어진 이곳을 노고소(老姑沼)라 부르고 있다. 부곡계곡은 치악산 중심 봉우리인 향로봉(1043m)에서 내려오는 약 5㎞의 긴 물줄기를 말한다.행정구역상으로는 횡성군 강림면 강림리에서 부곡리까지를 일컫는다. 안흥찐빵으로 유명한 안흥면 소재지에서 서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주천강을 따라 1Km를 가면 이화산장과 박할머니 안흥찐빵집이 나온다. 경치가 좋은 여기서 민박을 해보는것도 운치있는 일이다. 11㎞ 정도 더 들어가면 강림면사무소가 나온다. 여기서 비포장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국립공원 매표소가 나타나고 불과 100m거리의 길옆 언덕에 태종대가 서 있다. 태종대 주변을 감상한 뒤 찻길를 따라 올라가면 계곡의 물줄기가 길과 맞닿아 있어 아무데나 자리를 펴고 앉으면 그곳이 바로 휴식처다.야트막한 여울이 있는가 하면 제법 넓게 냇물을 이룬 곳도 있다.치악의 그림자를 깊숙이 품어안은 웅덩이도 군데군데 있다.어디를 가더라도 오염된 흔적을 한점 찾아보기 힘든 청정지역이다.억겁의 세월동안 물살에 씻겨 기기묘묘한 형상을 한 바위들도 일품이다. 가족들과 함께 이곳에 오면 수려한 치악의 자연미와 선비정신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